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전력으로 거론되고 있는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미국이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 시점을 11월로 명시해 요청했고, 정부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 실사단을 파견해 현지 군사 작전 여건 파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아직까진 공식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실질적 기여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매주 열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나 상임위원회에서 최근 중동 상황 평가와 함께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주 NSC 회의 직후 '정부가 호르무즈에 군 자산을 파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을 포함해 최근 몇 달 사이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식통은 "당연히 매주 중동 상황 평가와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는 것"이라며 "아직까진 호르무즈 상황과 관련해 기존에 밝힌 '4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기여한다'는 방침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습니다.
정해진 것 없다지만…'호르무즈 파병'에 무게
다만 정부의 기류가 파병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위기는 감지됩니다. 미국의 압박이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파병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실질적 기여에 대해 여러 번 얘기했고, 실질적 기여는 군사적 기여를 포함한 것"이라며 "군사적 기여에는 전투에 참여하는 것도 있고, 비전투 분야도 있고, 수색에 참여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있는 데 그 것들을 종합적으로 지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 대비 태세를 감안하고, 국내법적 절차에 따라서 검토를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란이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한글로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라는 경고 메시지를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이 국익과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파병을 포함한 군사적 기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후 열리는 다음 주 NSC 회의에서는 보다 진전된 호르무즈 파병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의 등을 통해 정부가 파병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잡을 경우 다양한 파병 시나리오가 예상됩니다.
지난 5월15일 청해부대 48진 왕건함이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사진=해군)
국제사회 공조·청해부대 임무 확대·초계기 파견 등 '다각 검토'
거론되는 시나리오 중 가장 유력한 방안은 원거리 간접 지원입니다. 간접 지원 방식을 통해 파병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정부가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국제사회 논의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이들 국가와 보조를 맞춰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정 정도 떨어진 지역에 함정 등 지원 전력을 파견하고 민간 선박 호송이나 이란 원유 차단 등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에 미국이 만족할지, 이란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넓히는 방식도 거론됩니다. 아덴만 인근에 파병된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이동해 국민 보호와 선박 안전 항행 등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20년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한 바 있습니다. 당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유조선 피격·나포 등이 발생했습니다.
앞서 1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파병을 요청했고 문재인정부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합류하지 않는 대신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넓히는 독자 파견을 결정했습니다. 당시에는 추가 임무 부여 없이 작전 구역만 확대해 국회의 추가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프랑스 등과 연합작전 없이 독자 작전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좀 다릅니다. 4400톤(t)급 구축함 1척으로 구성된 청해부대에 드론 등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자체 방호 전력의 추가 배치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실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해역에서 독자 작전을 펼칠 수 없기 때문에 동맹국들과 연합작전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국회의 추가 파병 동의가 필요하다는 게 국방부의 판단입니다.
감시·정찰 활동을 위한 해상초계기, 기뢰 제거 작전을 할 폭발물처리반(EOD)과 기뢰 제거 장비 등을 파병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이 경우에 함께 거론됐던 군수지원함의 파병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마땅한 파병 전력이 없는 데다 병력이 크게 늘어냐야 하는 부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병 가능한 해상초계기는 P-8A 포세이돈이 거론됩니다. 미국 보잉이 제작한 최신 기종이어서 미국과 연합작전에 유리합니다. 이렇게 파병을 할 경우 한국군 독자 작전은 불가능합니다. 초계기는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를 활용해야 하고, 기뢰 제거 작전에 투입되는 EOD 병력과 장비는 미국 등 동맹국 소해 전력과 함께 작전을 펼쳐야 합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일각에서는 해군기동함대를 중심으로 기뢰전 전력을 포함해 새로운 부대를 편성해 보내는 것도 언급됩니다. 대공방어 능력을 갖춘 구축함 또는 호위함과 기뢰 제거 작전을 할 수 있는 소해함, 이를 지원할 군수지원함, 해상초계기 등을 포함해 독자 작전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개발 완료 단계인 국산 소해 헬기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국회 동의는 물론이고 대규모 파병에 반대하는 여론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후속 군수지원 문제도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시나리오든 정부의 파병 결정과 실제 파병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국민적 합의와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고 부대를 구성하고 파병을 준비하는 시간도 최소 2~3개월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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