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시설 덮친 후티…정유·석화 원료 조달 ‘살얼음’
아람코 석유시설 연이어 피격
유가 급등에 ‘공급 차질’ 직격탄
2026-09-20 11:49:08 2026-09-20 14:20:21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와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의 주요 시설을 겨냥해 대규모 무력 공격을 단행하면서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의 원료 조달에 먹구름이 끼었습니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며 국제유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핵심 원료인 원유와 나프타 수급 불안이 가중돼 관련 업계가 사태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19일(현지시각) 사우디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의 연료 저장고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일 영국 BBC·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각) 예멘 후티 반군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드론을 동원해 사우디 리야드의 민감 시설과 얀부에 위치한 아람코 석유 시설을 연이어 타격했습니다. 이번 공습으로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 인근 아람코 연료 저장고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공항 내 항공편 결항이 속출해 운항 차질지수가 최고치인 5.0을 기록했습니다. 
 
후티 반군 측이 “사우디의 예멘 봉쇄가 끝날 때까지 군사력을 겨냥할 것”이라고 천명한 가운데, 사우디 주도 연합군 측도 예멘 내 반군 진지를 맹폭하며 맞섰습니다. 사우디 공군이 탄도미사일을 일부 요격했음에도 민간 기반 시설 위협이 계속되며, 2022년 휴전 협정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내전이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이 커졌습니다.
 
주말 새 사우디 심장부와 핵심 석유 인프라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면서, 가뜩이나 오름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를 둘러싼 우려는 더욱 커졌습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9월 평균 국제유가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4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96.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날 브렌트유와 WTI 선물가격이 지난 5월19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해 고공행진을 하던 상황에서 이번 공습 악재까지 겹친 것입니다. 
 
사우디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 근처 연료 저장고. (사진=AFP/연합뉴스)
 
중동에서 원유를 직접 들여와야 하는 국내 정유업계의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사전에 확보한 유조선 물량과 스폿(단기) 구매 등을 통해 오는 9~10월까지 필요한 원유를 간신히 방어하며 당장의 수급 차질은 면했습니다. 하지만 동서 송유관 복구가 지연되고 중동 지역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글로벌 대체 물량 확보전이 본격화하는 11월부터는 수급 밸런스가 붕괴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벼랑 끝에 몰릴 사태에 대비해 정유사들은 미국이나 남미 등 비중동산 원유로 다급하게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HD현대오일뱅크가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아르헨티나산 원유를 시범 도입했고, SK이노베이션(096770) 역시 최근 아르헨티나산 원유를 소량 구매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습니다.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조달해야 하는 석유화학 업계 역시 중동산 비중 축소와 도입선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무력 충돌 발발 이후 지속적으로 공급망을 분산해 당장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조달 거리 증가에 따른 원가 부담이 발목을 잡습니다. 중동산 원료 대신 미주 지역 등으로 도입선을 바꾸고 수에즈 운하 우회 항로 등을 이용할 경우, 국내까지 운송 기간이 기존보다 30일가량 더 소요됩니다.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수입 단가 자체가 뛴 상황에서 운임 등 물류비까지 대폭 늘어나면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 초기부터 도입선을 발 빠르게 돌리고 있지만 지금부터 청구될 계산서가 관건”이라며 “우회 항로 이용에 따른 해상운임 폭등과 보험료 인상 등 각종 부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원가 부담이 임계점에 달하는 올 연말 실적 방어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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