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안방 비자금’ 의혹 30년 만에 검찰 조사…실체 규명 주목
검찰, 노소영 참고인조사 일정 조율
김옥숙 자택·관련 재단 등 압수수색
2026-09-20 16:02:43 2026-09-20 16:02:43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약 30년 만에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이 제출한 이른바 ‘김옥숙 메모’가 수사의 단초가 되면서 1990년대부터 이어진 비자금 의혹이 다시 수사선상에 올랐습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재산 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소정수)는 최근 노 관장에게 참고인 소환을 통보하고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노 관장을 상대로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의 시기와 진위, 비자금 존재를 알게 된 시점과 자금 조성 경위 등을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노 관장은 2024년 최 회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메모에는 ‘선경 300억원’을 비롯해 총 904억원 규모의 자금 내역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 관장 측은 이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전달돼 태평양증권 인수 등 선경그룹의 경영 활동에 사용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혼소송에서 등장한 메모는 이후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5·18기념재단 등은 2024년 10월 김 여사와 노 관장, 노재헌 주중한국대사 등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비자금을 은닉하고 세금을 포탈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수사는 강제수사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김 여사가 거주하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와 노 대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 노태우센터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후 재단 관계자와 차명계좌 제공 의혹을 받는 전직 비서관 등도 불러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강제수사에 앞서 관련자들의 계좌를 추적해 여러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은 지난 1995년 검찰 수사로 시작됐고, 1997년 대법원은 2628억원의 추징금을 확정했습니다. 추징금은 2013년 전액 납부됐지만, 검찰이 확인한 비자금 외에 김 여사와 친인척측이 별도로 관리한 이른바 ‘안방 비자금’이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온 바 있습니다.
 
노 관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도 약 30년 만입니다. 노 관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유학 중이던 1990년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20만달러를 미국으로 반입한 사건과 관련해 국내에서도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1995년 12월에는 대검찰청에 소환돼 해당 자금의 출처와 스위스 계좌 관련성 등에 대한 조사를 받았습니다.
 
노 관장은 미국에서도 이 사건으로 기소돼 1993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반입된 20만달러는 몰수됐습니다. 이듬해인 1996년에는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내사 후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향후 수사의 핵심은 ‘김옥숙 메모’에 적힌 자금의 실체와 조성·관리 과정이 규명될지 여부입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노 관장 등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선경 300억원’을 포함한 자금의 성격과 재산은닉 의혹 등을 들여다볼 전망입니다. 이에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30년 넘게 규명되지 못한 비자금의 핵심 실체를 규명할 지 주목됩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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