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배송 확대에 약사회·약대생 반발…의정갈등 ‘시즌2’
복지부, 침묵 속 산업계는 논의 통한 문제 해결 제안도
2026-09-22 15:23:22 2026-09-22 15:41:43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정부가 비대면진료 시 약 배송 대상 전면 확대를 발표한 이후 약업계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약대생까지 반대 투쟁에 가세한 가운데 산업계가 나서 제도 안전장치를 위한 대화를 제안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정작 보건복지부 등 논란을 촉발한 관계 부처는 침묵으로 일관해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에서 열린 ‘국민건강 건강보험수호 전국약사 총궐기대회’에는 앳된 얼굴의 대학생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예정된 집회 참석자 수는 5000여명이었지만, 약대생 등의 참여가 늘면서 최종 참여자는 1만여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김백건 대한약학대학학생협회장은 연대 발언자로 나서 “12월 시행을 앞둔 개정 의료법에는 약 배송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이미 허용 대상에 모두 포함돼 있다”며 “왜 이렇게 무리하고 성급하게 일반 환자 전체로 제도를 확대하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국가가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책임지려 한다면 국민 누구나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공공심야약국과 취약지역 공공약국, 방문약료와 재택의료의 확충”이라며 “1만1000명의 예비 약사들은 환자 안전이라는 대원칙이 상업 논리에 무너지는 부조리한 정책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약대생까지 비대면진료 약배송 반대 투쟁에 가세한 가운데 산업계가 나서 제도 안전장치를 위한 대화를 제안해 눈길을 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등 논란을 촉발한 관계 부처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에서 열린 ‘국민건강 건강보험수호 전국약사 총궐기대회’ 당시 모습. (사진=대한약사회)
 
이처럼 약대생까지 나서 정부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자, 일각에서는 윤석열정부 당시 의대생들이 참여한 의정 갈등과 기시감이 든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의료계는 윤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과정에서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약업계는 전달 20일 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국무조정실 등의 ‘비대면진료의 성공적 안착과 국민 의약품 접근성 확대 본격 추진’ 발표야말로 비대면진료에 대한 각계의 합의를 뒤집은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취재를 종합하면, 관계 부처가 오는 12월24일 의료법 개정안(비대면진료 제도화) 시행을 넉 달 앞둔 상황에서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약 배송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기습 발표하면서 약업계를 자극했고, 논의 자체를 닫게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약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시행을 앞두고 민간은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모든 합의를 뒤집는 발표는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가 됐다”며 “법을 만들어놓고 시행 전에 이를 엎겠다는 행정부 조치에 무슨 명분이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비록 민관이 참여하는 약 배송 협의체를 통해 사안을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한약사회는 참여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미 방향이 정해진 상태에서 이른바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는 겁니다. 앞선 관계자는 “민간협의체 조직을 정부가 맡는 만큼 기본 방향을 이미 잡아놓은 상태에서 협의체 참여자들에게 동의를 구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구색을 맞추기 위한 회의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복지부, 기업 뒤에 숨었나
 
상황이 악화일로에 빠지고 있지만 복지부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부처 내부에서는 이른바 ‘신중론’도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발표가 제도 시행 전에 나오게 됐는지, 산업계와 약업계의 갈등 국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예측은 없었는지 의문이 나옵니다. 약업계는 “복지부가 사안에 대해 주체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고 꼬집습니다. 약업계 관계자는 “외압이나 부처 위의 힘으로 기존 원칙이 망가지는 상황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며 “현 상황에 대해 정부가 이렇다 할 설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어 불필요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는 12월 의료법 개정안(비대면진료 제도화) 시행을 넉 달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약 배송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기습 발표하면서 약업계를 자극했고, 논의 자체를 닫게 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뉴시스)
 
정부가 침묵을 지키자 결국 보다 못한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이른바 ‘총대’를 맸습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환자 안전이 제도 설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약계와 산업계 사이에 이견이 없다”며 “재택 수령 대상 환자의 범위와 필요한 안전장치를 구체화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어 “축적된 비대면진료 및 의약품 수령 관련 이용 데이터와 환자 사례도 투명하게 공유하고, 약계가 제기하는 구체적인 우려에 하나씩 답하겠다”며 “의료법에 따라 규율되는 의료전달체계의 일원인 ‘비대면진료 중개매체’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도 다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환자 안전과 의약품 접근성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달성해야 할 가치”라며 “서로의 우려를 인정하고 각자가 가진 전문성과 현장의 경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에도 “민관협의체가 비대면진료 이용 환자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의약품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함께 마련해 가는 실질적인 협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습니다.
 
복지부에 이번 발표와 관련한 입장과 후속 조치 등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비대면진료를 위한 공공 플랫폼 개발 및 활용 가능성에 한해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정부는 공적 비대면진료 지원 체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기능과 서비스 범위 등은 시스템 구축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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