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재연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코인으로 삼각김밥을 산다’는 말은 가상자산(디지털자산)의 미래를 상징하는 표현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과 국내에서 편의점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 결제 인프라 구축이 속도를 내면서 투자 자산에 머물던 디지털자산이 일상 결제 수단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일본입니다. 일본 3대 편의점 체인 로손은 오는 8월 초 도쿄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시티점에서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JPYC’ 결제 시범 운영을 시작합니다. 블록체인 기업 하시포트(HashPort)와 협력했습니다. 이용자가 모바일 지갑의 바코드를 활용해 JPYC로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편의점에서 가상자산 결제앱을 통해 코인으로 삼각김밥을 구매하는 모습을 챗GPT로 표현했다. (이미지=디지털애셋)
이번 시도는 일본 최초로 편의점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와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직접 연동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지금까지 디지털자산 결제는 별도의 QR코드나 전용 단말기를 활용한 실험이 대부분이었지만, 로손은 기존 계산 시스템 안에서 결제 승인과 판매 기록, 재고 관리, 정산까지 처리하는 구조를 검증합니다. 소비자는 카드나 간편결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결제하고, 점원도 기존 업무 흐름을 거의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결제에 사용되는 JPYC는 엔화 가치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비트코인 등과 달리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상품 가격과 결제 금액을 동일한 기준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시세 변동을 걱정하지 않고 결제할 수 있고, 가맹점도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내 4대 편의점에서도 실험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 결제는 이미 일상 속으로 조금씩 들어오고 있습니다. 페이코인(PCI) 운영사 다날핀테크는 국내 주요 편의점 체인과 제휴를 확대하며 GS25를 비롯해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에서 페이코인 결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와 일본의 접근 방식은 다소 다릅니다. 일본은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유통망에 직접 연결해 현금과 비슷한 결제 경험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용자가 보유한 디지털자산을 기존 원화 결제망과 연결하는 방식이 중심입니다. 페이코인의 경우 이용자는 페이코인 앱의 바코드를 제시해 코인으로 결제하지만 가맹점은 기존 카드 결제처럼 원화로 정산받는 방식입니다.
해외에서도 오프라인 디지털자산 결제 경쟁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바이낸스페이(Binance Pay)는 아시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맹점에서 디지털자산 결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솔라나페이(Solana Pay)는 낮은 수수료와 빠른 처리 속도를 앞세워 소매 결제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결제 기업들도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결제 인프라와 연결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기존 결제 수단 대신 디지털자산 결제를 선택하는 이유와 장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실질적인 가격 혜택입니다. 새로운 결제 수단이 기존 카드나 간편결제를 대체하려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익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페이코인은 제휴 편의점과 카페, 외식 브랜드 등에서 할인 행사를 이어가며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국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이용자를 대상으로 결제 금액의 15% 할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는 주요 카드사의 편의점 품목 청구 할인 혜택(7~10%) 비율을 웃도는 수준입니다.
가격 혜택+해외 결제 편의성
실제로 기자가 최근 한 편의점에서 페이코인으로 직접 삼각김밥과 음료 등을 구매해 봤습니다. 충전된 페이코인 앱을 이용해 일반 간편결제처럼 결제를 했고, 편의점 점주 역시 카드를 받는 것과 똑같이 별도의 추가 절차 없이 계산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상품 금액은 8250원이었지만 편의점 할인 혜택이 적용돼 실제 결제 금액은 7013원으로 1237원(약 15%)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용카드나 간편결제와 사용 방식은 거의 같으면서도 더 큰 할인 혜택을 체감한 것입니다.
다날핀테크 결제앱에 충전된 페이코인으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할인혜택을 받은 내역. (사진=박재연)
일본 역시 JPYC 결제가 상용화될 경우 로손의 기존 멤버십이나 포인트 적립, 기간 한정 할인 행사 등과 연계한 프로모션이 도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소비자 중 누군가 디지털자산 결제를 선택했다면, 그 이유는 ‘코인이라서’가 아니라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격 혜택 외에 또 다른 장점은 해외 결제의 편의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코인은 국가별 결제망이나 환전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동일한 자산으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해외 여행객은 현금을 환전하거나 해외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고도 디지털자산 지갑으로 결제를 할 수 있고, 가맹점 역시 다양한 국가의 이용자를 별도의 결제수단 없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일본처럼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시장에서는 이런 점이 디지털자산 결제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향후에는 웹3 생태계와 연계한 혜택도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결제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제 실적에 따라 토큰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 멤버십을 지급하거나, 적립된 디지털자산을 다른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는 방식입니다. 기존 카드 포인트처럼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한 온체인 리워드 프로그램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복잡한 절차, 진입장벽으로
물론 디지털자산 결제가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카드와 간편결제가 이미 높은 편의성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갑 설치와 자산 충전, 개인키 관리도 일반 소비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디지털자산을 편의점에서 쓰기 위해서는 결제 앱과 자산 매도를 위한 거래소 앱, 그리고 거래소 앱과 연동된 실물계좌 개설·연결이 필요합니다. 상대적으로 기존 카드나 간편결제보다 이용 절차가 복잡해 대중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여기에 네트워크 수수료와 결제 속도, 환불 절차,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소비자 보호 체계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결국 디지털자산 결제의 성공 여부는 ‘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굳이 코인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편의점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시험하는 공간입니다. 수많은 소비자가 소액 결제를 반복하는 만큼 이곳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카페와 음식점, 대중교통, 관광 등 다른 생활 영역으로도 빠르게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로손과 국내 페이코인의 시도는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디지털자산 결제가 기존 결제 수단보다 더 큰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고 있는 셈입니다.
“명확한 법적 틀 선행돼야”
실제 관련 업계에서도 디지털자산 결제의 확산 여부는 블록체인 기술의 우수성보다 기존 결제망과의 연결성 및 이용자 편익 확보가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큐 셰필드(Cuy Sheffield) 비자 크립토 총괄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새로운 결제 시스템이 스테이블코인 기술 위에서 구축되더라도,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려면 결국 기존의 가맹점 수용 생태계와 연결돼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다 소비자와 가맹점이 기존 결제 수단보다 더 큰 편익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페이코인을 지원하는 다날 측도 “디지털자산 결제가 확대되려면 발행 주체의 건전성, 준비자산 관리, 이용자 보호, 정산 안정성 등을 아우르는 명확한 법적 틀이 선행돼야 하며,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때 비로소 가맹점과 이용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결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회사 차원에서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상황에 대비해,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결제 및 정산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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