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울산시가 29년간 이어진 시내버스 민영제의 누적 부담을 정리하고자 첫 장기 해법을 내놨습니다. 올해 운송 손실을 사실상 전액 보전해 신규 적자를 막고, 내년부터 매년 65억원을 퇴직금으로 적립해 813억원의 미적립액을 13년에 걸쳐 해소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재정지원 범위를 당해 운행 손실에서 과거 부채 정리까지 넓히는 겁니다. 28일 예고된 전면파업을 막겠다는 의지도 깔렸지만 조례 개정과 관계부처 유권해석, 노사 합의가 필요한 탓에 실행까지는 절차가 남았습니다.
울산시는 25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시내버스 업체에 대한 단계별 재정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당해 손실과 누적 퇴직금 공백을 나눠 1단계로 올해 적자 발생을 막고, 2단계로 내년부터 미적립액을 줄여나가는 구조입니다
올해 운송 적자 보전액은 1519억원으로, 표준운송원가에서 요금 수입과 환승·무료 사업 보조금 등을 뺀 손실액의 97%입니다. 1단계에선 손실액의 1%인 약 15억원을 추가해 보전율을 98%로 높입니다. 경영·서비스 평가 차등지원금 30억원을 합치면 실질 보전율은 100%가 됩니다. 여기까지는 전체 지원액이 손실을 넘지 않아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안에서 시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당해 적자와 퇴직금 공백의 추가 누적을 막는 조치지만 기존 미적립액까지 해소하지는 못합니다. 이에 2단계에선 내년부터 운송 손실을 전액 보전하고 늘어난 지원금을 미적립 퇴직금에 투입합니다. 현행보다 3%포인트 높은 45억원을 추가하고 차등지원금 30억원도 유지하면, 전체 지원 규모는 손실액의 102%에 달합니다. 100%까지는 신규 손실을 막고, 초과 2%는 기존 퇴직금 공백을 줄이는 겁니다. 재정지원의 성격이 비수익 노선의 운행 손실 보전에서 민영제가 남긴 부채 정리로 넓어지는 셈입니다.
문제는 손실액을 초과한 지원은 현재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에 울산시는 '울산광역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의 재정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 경영·서비스 평가 결과 등에 따라 재정을 차등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할 방침입니다. 울산시의회 의결과 상위 법령과의 충돌 여부에 대한 관계부처 유권해석은 남은 과제입니다.
울산시는 늘어난 지원액을 전액 퇴직금으로 적립하도록 교부 조건을 달기로 했습니다. 차등지원금 가운데 활용 가능한 20억원까지 더하면 올해 35억원, 내년부터는 매년 65억원을 적립할 수 있습니다.
퇴직급여제도도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바꾸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DB형은 임금이 오를수록 업체 부담도 커지지만 DC형은 매년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노동자 계좌에 납입해 당해 발생분을 그해 적립할 수 있습니다. 울산시는 연 65억원 적립과 DC형 전환이 이뤄지면 연 5%의 임금 상승을 반영해도 기존 공백을 약 13년 안에 해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서남교 울산시 행정부시장이 2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방안에 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런 처방의 배경엔 누적 순적자와 미적립 퇴직금이 맞물린 버스업계의 재무구조가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7개 업체의 누적 순적자는 865억원입니다. 퇴직금 추계액 1115억원 가운데 적립액은 302억원에 그쳐 73%에 해당하는 813억원이 비어 있습니다. 두 금액이 비슷하다는 것은 재정지원으로도 메우지 못한 경영손실이 퇴직금 공백으로 남았다는 의미입니다.
울산시가 수익성이 낮은 노선의 운행을 유지하면서 퇴직금 문제까지 풀겠다고 나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서남교 울산시 행정부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눈앞의 임시방편에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몸담아 온 직장을 떠날 때 승무원들의 소중한 권리가 보장되는 그날까지 흔들림 없이 지원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재정 투입만으로 계획이 작동하지는 않습니다. 퇴직금 지급 책임은 업체에 있고 추가 지원금 적립과 DC형 전환은 노사가 합의해야 합니다. 해마다 정년퇴직하는 승무원 50~60명의 퇴직금도 업체가 별도로 마련해야 해 당장 퇴직을 앞둔 노동자들의 불안은 남습니다.
김창현 울산시 교통국장은 "추가 지원액의 용도를 퇴직금으로 제한할 수 있지만 실제 적립과 DC형 전환은 노사 협약으로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영제인 만큼 울산시가 이를 직접 강제하거나 담보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울산시의 재정지원 약속이 노사정 합의로 이어져야 합니다.
당장 넘어야 할 고비는 이번 파업입니다. 노조는 27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 본조정에서도 합의하지 못하면 28일 첫차부터 운행을 중단할 방침입니다. 장기 해법이 파업을 막으려면 노조가 13년에 걸친 해소안과 DC형 전환을 수용할지가 관건입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울산여객·남성여객·한성교통·대우여객·학성버스·유진버스 등 6개사 승무원 1749명이 일손을 놓습니다. 108개 노선의 상용차 709대뿐 아니라 예비차도 투입할 수 없어 6개사가 보유한 744대 전체가 사실상 가동을 멈춥니다. 울산 시내버스 763대의 97.5%에 해당합니다. 도시철도가 없는 울산은 버스가 멈추면 도시 기능이 마비됩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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