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 작가가 지난 15일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노무현의 필사' 윤태영 작가의 마지막 숙제가 끝났습니다. 윤 작가는 집필 시작 후 10년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은 『노무현 평전』을 완성했습니다. 노무현 탄생 80주년(2026년 9월1일)을 기념해 노무현재단이 공식적으로 펴낸 첫 평전입니다. 책의 분량도 928쪽에 이를 만큼 방대합니다. 윤 작가는 "사실 좀 더 쓰고 싶었지만, 이번에 '노무현 탄생 80주년'에 맞춰 내는 게 보람이 있겠다 싶어서 출간을 결정했다"고 소회를 전했습니다.
윤 작가는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10년에 걸쳐 『노무현 평전』 집필을 마무리한 데 대해 "해방됐다는 생각보다도 책의 완성도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며 "노 전 대통령이 마음에 들어 할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책을 집필하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란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윤 작가는 "만일 다른 책을 펴낸다면 있는 자료나 기록을 날것 그대로 좀 더 엮어서 내는 정도일 것"이라며 "대중서로서 노 전 대통령 관련 집필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습니다.
윤 작가는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제1부속실장·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내며 노 전 대통령의 말과 생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로 꼽힙니다. 이런 까닭에 윤 작가는 노 전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노 전 대통령 필생의 꿈으로 '국민 통합'을 언급했습니다.
윤 작가는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국민 통합"이라며 "3당 합당(통일민주당·민주정의당·신민주공화당) 때부터 노 전 대통령의 정치가 시작됐는데 지역구도 정치를 해소하겠다는 일념으로 정치를 시작했고, 거기에서 시작된 게 국민 통합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평전에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이상과 언행을 보면 곳곳에서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현안을 바라봤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히는 대연정 제안도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소망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는 게 윤 작가의 설명입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봤으면 한다는 소망도 전했습니다. 윤 작가는 "이제 노 전 대통령을 더는 소환하지 말고 역사 속 인물로 좀 더 객관적으로 사람들이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윤태영 작가가 지난 15일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음은 윤태영 작가와의 일문일답
-『노무현 평전』이 완성되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탈고 그 순간 감회가 어땠나.
원고를 마지막에 탈고했을 때 완성도에 대한 걱정이 한편으로 있었고요. '와 이제 해방됐다' 이런 생각보다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책을 마음에 들어 하실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해방감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아요.
-10년 내내 부담감이 늘 따라다녔을 것 같다.
사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좀 더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주변 충고도 있고, 저도 많이 지쳐 있기도 해서 이 정도 선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노무현 탄생 80주년'이니까 이에 맞춰서 내는 것도 보람 있겠다 싶어서 출간하게 됐습니다.
"재임 기간 집필 제일 힘들어…원래는 1200쪽까지 썼었다"
-집필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습니까.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일을 쓰는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 부분이 제일 핵심이기도 하고요. 어린 시절을 쓰는 것은 상대적으로 좀 쉬웠던 일인 것 같아요. (노 전 대통령의 어린 시절은) 제가 옆에 없었던 기간이니까 오히려 더 쉽다고 느꼈을지도 몰라요.
-책 분량이 928쪽에 달합니다. 처음부터 이 정도 분량을 생각했던 겁니까.
원래는 거의 한 1100쪽에서 1200쪽까지 썼던 것 같아요. 나중에 많이 덜어낸 거죠.
"제일 중점 둔 부분은 대연정…한국정치 개혁 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 중 어떤 메시지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이 가장 컸다고 보십니까.
노 전 대통령이 역시 제일 많이 중점을 뒀던 부분은 '대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대연정이 제일 큰 파장이 있었어요. 노 전 대통령이 대연정을 통해서 한국 정치를 크게 바꿔보고 싶어 했어요, 구조적으로 정치를 개혁해 보고 싶은 깊은 뜻이 있었기 때문에 대연정이 제일 큰 파장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대연정은 왜 실현되지 않았을까요.
사실상 실패했죠. 상대 야당에서 일단 거절했으니 실패한 것이고 아군을 설득하는 것도 실패했죠. 청와대 참모진도 노 전 대통령의 정서를 못 따라갔던 것 같아요. 구상 단계에서부터 참모들하고 천천히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문제만큼은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안 했어요. 그만큼 쉽게 동의를 얻기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말을 더 안 한 것 아니었나 싶어요.
-노 전 대통령의 '입이자 필사'로 불리고 있는데, '노무현 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뭐니 뭐니 해도 '국민 통합'인 것 같아요. 3당 합당 때부터 노 전 대통령의 정치가 시작됐는데 지역구도 정치를 해소하겠다는 일념으로 정치를 시작했으니 거기서부터 시작된 게 국민 통합이었죠. 노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정치 스타일은 타협의 정치, 손해를 감수하는 정치라고 볼 수 있는데요. 장기적으로는 나라와 국민의 이익이 될 수 있다면 손해를 감수할 수 있다는 게 노무현 정신이 아닐까 싶어요. 그 외에도 많겠지만 이게 핵심입니다.
"기득권과 경쟁은 기본 캐릭터 때문…힘 있는 기관은 견제"
-노 전 대통령이 기득권과 치열하게 승부를 펼쳤던 동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노 전 대통령의) 기본적인 캐릭터에 있다고 봐요. 노 전 대통령은 권력을 가진 집단이 유착하면 국민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대통령 권력, 검찰 권력, 언론 권력, 재벌 권력이 유착하면 힘들어지는 건 정말 국민이니 오히려 힘 있는 기관들과는 거리를 두거나 견제했어요.
-'인간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을 각각 어떻게 봅니까.
'대통령 노무현'은 어쨌든 멀리 보려고 굉장히 애를 썼던 것 같아요. '정치인 노무현'은 초기에는 거의 투사였지만 중진 의원이 되고 나서는 '대화주의자', '타협주의자'였어요. '통합주의자'로도 볼 수 있고요. '인간 노무현'은 참모로서 느낄 수밖에 없지만 노 전 대통령이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사실 상사 스트레스라는 게 어느 직장에 가도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노 전 대통령과 있을 때 솔직히 몸은 힘들었지만 상사 스트레스는 없었어요.
"노무현, 이젠 역사 속 인물…객관적으로 바라봐주길"
-평전 집필 이후 계획은 어떻습니까.
솔직히 글을 쓰는 건 이제 자신이 별로 없어졌어요. 너무 힘들게 써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어휘력도 많이 떨어지고 문장을 길게 끌고 가는 것도 힘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글은 좀 안 쓰는 게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노무현 평전』이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마지막 책입니까.
저로서는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중서로서 대통령 관련 집필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아요. 중간중간에 여러 번 책을 냈는데 그때마다 생각했던 게 책도 좋지만 대중적으로 접근하려면 영화나 드라마 이런 게 젊은 세대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말하자면 영화 <변호인> 같은 것인데요. 마침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번에 제가 참여해 (노 전 대통령의) 초선 의원 시절 이야기도 하고, 원작을 좀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습니까.
기본적으로 반짝하는 책을 바란 건 아니었어요. 이 책은 좀 두고두고 읽혀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제 욕심이지만 젊은 세대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노 전 대통령을 통해서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많은 오해를 받아왔는데 이 분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결단했는지 가급적 자세히 담아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이제 더는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지 말고 역사 속 인물로, 객관적으로 사람들이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평전을 한번 쭉 봐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담=최신형 정치정책부장, 정리=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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