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정부 위탁사업 계약서에 사업비 조항 누락
일부 사업 계약 자체 없이 운영…신보·캠코도 계약 관리 미비
예정처 "법령 근거와 계약은 별개…비용·책임 명문화해야"
2026-05-26 17:06:28 2026-05-26 17:15:30
[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2024년 정부 위탁사업 수행을 통해 약 6567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58억원의 위탁수수료를 수취한 가운데, 일부 사업을 별도 계약 없이 운영하고 계약을 체결한 사업에서도 사업비 관련 조항을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사업임에도 비용과 책임 범위를 규정하는 계약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19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공공기관의 정부 위탁사업 수행 및 재위탁 운영상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산은은 분석 대상 141개 위탁 수행 기관 가운데 대부분의 사업에 대해 계약을 체결하고는 있으나, 정작 계약서 본문에 핵심 요건인 '위탁사업비' 관련 조항을 누락한 18개 기관 중 하나로 지목됐습니다. 계약서는 작성하면서도 사업비 규모와 집행 기준 등은 명문화하지 않은 셈입니다.
 
예정처는 계약서에 위탁사업비 조항이 없을 경우 사업비 지급과 정산 기준, 정부와 기관 간 책임 범위 등이 불명확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계약 문서만으로는 실제 사업비 규모와 비용 산정 기준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예정처 관계자는 "정부 위탁사업은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취지에 맞게 부처와 공공기관 간 명시적인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법령상 근거만으로 사업을 운영할 경우 사업비와 위탁수수료, 의무와 책임 관계 등 핵심 사항을 완결성 있게 규율하기 어렵고 사업 투명성 저하나 위·수탁 기관 간 동등한 관계 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사 사례는 다른 정책금융기관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위탁사업의 80% 이상을 별도 계약 없이 수행하는 기관으로 분류됐으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일부 사업에 대해서만 계약을 체결하는 기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한 캠코는 산은과 마찬가지로 체결된 계약에서조차 위탁사업비 조항이 누락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산은 등 일부 기관은 법률이나 시행령에 사업 수행 근거가 이미 규정돼 있다는 이유로 별도 계약 필요성이 낮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일부 기관은 법령상 위탁 근거를 이유로 계약 체결을 최소화하거나 예산과 시행 지침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예정처는 법령상 사업 수행 근거가 있더라도 별도 계약 체결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사업 수행 권한만 규정돼 있을 경우 실제 사업 운영 과정에서 비용 산정 방식이나 정산 기준, 기관 간 책임 범위 등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법령이 사업 수행 주체를 정하는 장치라면 계약은 사업비와 위탁수수료, 업무 범위, 의무와 책임 관계를 구체화하는 절차라는 설명입니다. 대통령령인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도 위탁 계약 시 목적과 비용·수수료, 위탁 기간, 수탁기관의 의무와 책임 등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일부 정책금융 사업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산은이 수행하는 정부 위탁사업 중 하나인 투자이민펀드는 해외투자자의 국내 투자 자금을 유치해 정책 목적에 맞게 운용하는 사업으로, 유입 자금 규모에 따라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산은 관계자는 "투자이민펀드처럼 유입 자금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사후 결정되는 사업은 계약 시점에 사업비나 수수료를 정액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업마다 비용 구조와 수수료 산정 방식이 다른 만큼 공공기관 전반에 일률적인 계약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IR센터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성과점검 및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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